중국 CATL, 나트륨이온 배터리 '낙스트라' 출시로 전기차 시장 지각변동 예고

저비용·친환경 전략으로 전기차·ESS 시장 새 지평 열어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이 나트륨이온 배터리 '낙스트라(Naxtra)'를 공개하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유사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원가는 크게 낮춘 이 신기술은 2025년 12월부터 대량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CATL은 이와 함께 5분 충전으로 520km 주행이 가능한 '선싱(Shenxing)' 초고속 충전 배터리와 1,500km 주행 가능한 듀얼파워 시스템도 함께 발표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선도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했다.

낙스트라 상용화로 본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잠재력

CATL의 차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 '낙스트라'는 에너지 밀도 175Wh/kg을 구현해 기존 리튬인산철 배터리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확보했다. 로빈 젱 CATL 창립자는 이 기술이 LFP 배터리 시장의 약 50%를 대체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리튬 배터리보다 화재 위험이 낮아 안전성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CATL은 2021년 1세대 나트륨이온 전지를 처음 선보인 이후,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올해 하반기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낙스트라는 저렴한 원료와 친환경적 생산 공정을 바탕으로 LFP 배터리의 단점을 극복하면서도 전기차 및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분야에서의 적용성을 높였다.

소금이 만드는 경제성, 리튬의 50분의 1 가격으로 원가혁명 시동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원재료의 풍부함과 가격 경쟁력이다. 주요 원료인 소금(나트륨)은 전 세계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가격은 1kg당 약 270원으로 리튬(약 1만3,000원)의 5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수입 리튬에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생산 비용 절감과 공급망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LFP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약간 낮지만, 그 차이는 미미한 수준이다. 대신 원가와 안전성 측면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어 대규모 도입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배터리 원가 절감은 전기차 시장 확대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싱 기술의 초고속 충전, 5분이면 520km 주행 가능한 혁신

CATL이 함께 공개한 2세대 '선싱' 배터리는 5분 충전으로 520km 주행이 가능한 초고속 충전 기술을 선보였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영하 10도의 저온 환경에서도 배터리 충전량을 5%에서 80%까지 올리는 데 15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기후 변화에 따른 성능 저하를 최소화한 기술적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초고속 충전 기술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가로막는 충전 인프라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짧은 시간 내에 충분한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됨으로써 소비자들의 '충전 불안'을 해소하고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협력 확대로 세계 시장 공략 가속화

CATL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BMW와는 2025년부터 실린더형 배터리 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폭스바겐과도 리튬배터리 연구·개발 MOU를 체결하며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생산 거점 확대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헝가리 데브레첸 배터리 공장에는 2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스텔란티스와의 스페인 사라고사 합작 공장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친환경 공정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은 CATL의 기술력을 세계 시장에 빠르게 확산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듀얼파워 시스템으로 구현한 1,500km 주행과 항공기급 안전성

CATL은 듀얼파워 배터리 시스템을 통해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500km를 주행할 수 있는 기술력도 선보였다. 이 시스템의 특징은 두 개의 배터리 팩 중 하나에 이상이 생겨도 다른 팩이 차량 운행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항공기 엔진의 이중화 개념을 차용한 것으로, 자율주행 시대에 필수적인 배터리 안전성을 한층 강화했다.

듀얼파워 시스템은 특히 전기차의 안전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고장으로 인한 주행 중단 위험을 최소화함으로써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고, 장거리 주행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 던진 도전과 대응 전략의 중요성

CATL의 잇따른 기술 혁신은 국내 배터리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NCMA 배터리, 삼성SDI의 젠5, SK이노베이션의 NCM9 등 국내 기업들은 주로 고니켈 배터리 시장에 집중하고 있어, 나트륨이온 배터리와는 다소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국내에서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상용화 시점은 2030년 전후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중국이 앞서 시장을 선점할 경우 기술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업체들은 이러한 위기감을 인식하고 소재 배합과 생산 공정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나트륨 배터리의 도입으로 원가 경쟁력이 강화되면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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