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에서 발견된 무기비소, 건강식의 양면성 드러나

미국 연구진, 현미가 백미보다 발암물질 함량 최대 48% 높다고 발표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현미가 백미보다 1급 발암물질인 무기비소를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미시간 주립대학교 연구진이 학술지 '위험 분석(Risk Analysis)'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현미의 무기비소 함량이 백미보다 최대 48.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6개 논문을 분석해 미국산 쌀의 비소 함량 데이터를 추출했으며, 현미에서 평균 0.138µg/kg, 백미에서 0.093µg/kg의 무기비소가 검출됐다. 경우에 따라 현미와 백미의 무기비소 함량 차이는 최대 10배까지 벌어지는 사례도 확인됐다.

무기비소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중금속으로, 장기간 노출될 경우 암, 신경계 장애, 심혈관질환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현미밥

쌀겨에 집중된 비소, 현미의 도정 과정이 핵심 차이점

현미와 백미는 같은 품종에서 유래하지만 가공 정도에서 차이가 있다. 현미는 겉껍질인 왕겨만 제거한 상태로 쌀겨와 배아가 그대로 남아있는 반면, 백미는 추가적인 도정 과정을 거쳐 쌀겨와 배아가 제거된다.

연구팀은 비소가 주로 쌀겨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현미의 겨층에서는 쌀알 내부보다 무기비소가 72~98% 더 많이 확인됐다. 비소는 토양과 지하수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로, 물이 고인 논에서 재배되는 쌀은 이러한 비소를 쉽게 흡수한다. 특히 흡수된 비소는 쌀알의 외층에 축적되는 경향이 있어, 도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현미에 더 많이 남게 된다.

영유아와 어린이에게 특히 우려되는 현미의 비소 함량

연구를 이끈 펠리시아 우 미시간 주립대 교수는 "성인이 매일 쌀을 통해 섭취하는 비소 수치는 유해한 건강 결과의 위험을 크게 높일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흰쌀 대신 현미를 먹으면 평균적으로 비소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수년간 매일 엄청난 양의 현미를 먹지 않는 한 장기적인 건강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체중당 식품 섭취량이 성인보다 많은 어린이들은 비소와 같은 독성 물질에 더 취약할 수 있다. 연구 결과, 현미를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6~24개월 영유아의 비소 일일 섭취량은 0.295μg/kg으로, WHO의 권장 안전 기준인 0.21µg/kg을 초과했다. 반면 같은 연령대의 백미 섭취 시 노출량은 0.140µg/kg으로 안전 기준 이내였다.

만성적인 비소 노출은 성장 장애, 면역 결핍, 질병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어린이의 인지 발달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연구진은 영유아용 식품에서 현미 사용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산 쌀, 미국산보다 비소 함량 현저히 낮아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행스러운 소식은 한국산 쌀의 무기비소 함량이 미국산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국내산 현미를 통해 국민이 노출될 수 있는 무기비소 함량은 0.015㎍/㎏으로, 미국산 현미의 0.138㎍/㎏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보였다.

실제 미국에는 과거 비소 함유 농약을 많이 사용해 토양에 무기비소가 다량 잔류해 있어 현재 다른 나라보다 특히 무기비소 함량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동남아, 우리나라 쌀은 모두 비소 함량이 낮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우리나라는 쌀을 자급하고 있어 미국산 현미를 수입해 먹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 간혹 미국 현미를 활용한 가공식품이 국내에 유통될 수 있으나, 식약처는 2023년 선제적으로 현미에 대한 무기비소 기준을 ㎏당 0.35㎎ 이하로 설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쌀겨

올바른 조리법으로 비소 함량 최대 35% 감소 가능

현미의 비소 함량이 걱정된다면, 올바른 조리법을 통해 비소 함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비소는 수용성이므로 쌀을 물에 여러 번一씻는 과정을 통해 함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백미의 경우 물을 부어 손으로 2~3번 휘저은 다음 4번 이상 헹구면 비소가 15% 감소한다. 현미는 비소가 쌀겨에 주로 함유돼 있어 물에 불리는 과정을 추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미를 여러 번 헹군 후, 현미 양보다 6배 많은 물을 붓고 1시간 동안 불린 다음, 불린 현미보다 1.5배 많은 물을 붓고 밥을 지으면 영양소는 95% 이상 유지하면서 비소를 35%까지 줄일 수 있다.

또한 건강을 위해 톳과 모자반을 함께 넣어 밥을 짓는 경우가 있는데, 이 두 해조류는 무기비소 함량이 높은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해조류는 물에 불려 끓는 물에 삶아서 사용하면 무기비소의 약 80%를 제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비소

현미의 영양학적 가치와 비소 위험의 균형 필요

현미는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여 혈당 조절과 배변 활동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식품이다. 현미에 함유된 피트산은 항암 효과와 해독 작용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피트산은 동시에 칼슘, 철분,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미네랄이 풍부한 반찬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칼슘 부족은 성장 지연이나 골다공증 위험을, 철분 결핍은 빈혈을, 마그네슘 부족은 근육 경련이나 고혈압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연구진은 "현미의 영양학적 이점과 무기 비소 노출 위험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특히 영유아용 식품에서 현미 사용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무기비소 노출 위험과 현미의 영양학적 이점을 함께 고려하여 개인의 건강 상태와 연령에 맞는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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