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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지출 증가 원인 논란: KDI와 의료계 의견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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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지출 증가 원인 논란: KDI와 의료계 의견 대립

국책연구기관 "의원급 의료기관 과잉진료가 주원인"...의료계 "방법론적 한계" 반박

건강보험 지출 증가의 주된 원인을 두고 국책연구기관과 의료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보다 '진료 단가 상승'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한 반면, 의료정책연구원은 이 분석에 방법론적 한계가 있다며 반박했다.

건강보험

진료 단가 상승이 건보 지출 증가의 주범...동네병원 중심 가격 상승 두드러져

KDI는 지난 21일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 흐름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가격 요인'이 건강보험 지출 증가에 76.7%를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료 서비스 이용량을 의미하는 '수량 요인'(14.6%)과 '인구 요인'(8.6%)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특히 의료기관 종별로 세분화해 보면 의원급 의료기관(동네 병원)의 가격 요인이 진료비 증가의 24.9%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다. 상급종합병원(17.0%)과 종합병원(14.6%)보다 높은 수치다. 또한 진료 형태별로는 입원서비스보다 외래서비스에서 가격 요인의 상승 기여도가 더 컸다.

KDI는 의료 이용 빈도 자체는 둔화 추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입원서비스 이용은 2009년 대비 45.9% 증가했지만, 해마다 증가율은 점차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용 빈도를 나타내는 수량 요인 기여도 역시 감소하는 흐름이 확인됐다.

고령화의 영향도 예상보다 제한적이었다. 오히려 65~74세 '전기 고령층'에서는 진료 이용량이 줄면서 건강보험 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KDI는 과거보다 건강 상태가 좋은 '젊은 노인'이 늘어나면서 '건강한 고령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85세 이상에서는 의료서비스 이용 증가가 뚜렷했다.

한국개발연구원

의료계 "가격요인만 분석, 의료 질적 향상 반영 못해"

이러한 KDI의 분석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정연)은 24일 반박 의견을 제시했다. 의정연은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을 가격, 수량, 인구요인으로 분해하여 분석하는 방식은 방법론적 한계와 해석상의 문제점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정연은 KDI의 분석이 단순한 가격 상승과 서비스의 강도(intensity)를 구분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는다고 비판했다. 즉, 단순히 동일 서비스에 대한 가격 상승이 아닌, 더 높은 품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비용 증가까지 '가격 요인'으로 집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정연은 "최신 의료 장비의 도입, 고품질 의약품 사용, 전문화된 의료서비스의 제공 등은 비용 증가를 유발하지만 이는 의료의 질적 향상을 반영하기도 한다"며 "서비스 강도, 질병의 복잡성, 기술혁신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두 가격요인으로만 귀결시키는 것은 방법론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경제적 요인과 국제 비교 통한 의료계 반론

의정연은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른 국민의 생활 수준 향상, 근거 중심 의학의 확산, 의료기술의 발달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분석 기간인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의료비 지출 규모를 보여주는 GDP 대비 경상의료비는 5.9%에서 8.1%로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18.5% 인상됐고, 1인당 명목국민소득 증가율은 56.3%에 달했다.

의정연은 "명목국민소득의 증가로 의료수요는 늘어나게 돼있으며, 가격탄력성이 낮은 의료서비스 재화의 특성으로 인해 고급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니즈가 증가하게 된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정연은 국제 비교를 통한 반론도 제시했다. 의정연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한국의 외래방문 비용은 약 5만 1928원으로, 영국의 GP(일반의) 비용(약 7만 7300원)이나 캐나다의 서비스 비용(약 11만 8400원)과 비교해 50~60% 수준에 불과하다.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 위한 정책 제언

KDI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불필요한 고비용 진료 억제 △묶음지불제 도입 △성과 기반 보상제도 △재정지출 평가체계 공식화 등의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KDI 권정현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 요인에 대한 검토와 그에 기반한 지출 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들에 대한 평가를 정례화하고, 평가 결과에 근거해 지출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을 공식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의정연은 "우리나라는 저비용으로 모든 건강지표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효율적인 운영의 결과"라고 강조하면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할 때에는 단순 요인 분해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다차원적이고 정교한 분석 방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의료정책연구원

의료 전달체계와 일차의료 역할에 대한 근본적 논의 필요

이번 논쟁의 핵심에는 우리나라 의료 전달체계의 효율성과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KDI는 "우리나라는 의료전달체계가 충분히 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이 일차의료의 역할보다 상급 의료기관들과 경쟁하면서 과잉 진료를 제공할 유인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의정연은 "우리나라는 전문의 중심의 일차의료를 구축하여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 최적의 치료계획 수립, 질병의 진행 및 합병증 예방, 전문가에 대한 신뢰로 환자의 심리적 안정감 증진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며 "상급병원에서 고비용으로 진료받아야 할 질환을 일차의료에서 저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진료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이번 논쟁은 향후 건강보험 정책의 방향성과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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