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산성의 밤을 수놓는 예술 향연, '행주가 예술이야' 개막
임진왜란 승전지에서 펼쳐지는 오감만족 야간 문화축제, 27일까지 17일간 진행
보름달 빛 아래 흩날리는 벚꽃과 살구꽃이 아름다운 계절, 고양특례시의 대표적 명소 행주산성이 화려한 빛과 소리로 물들었다. 국가유산 야행으로 선정된 '행주가(街) 예술이야(夜)' 축제가 지난 11일 개막하여 27일까지 17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올해로 5회를 맞이한 이 축제는 역사적 유산인 행주산성을 배경으로 예술과 지역상생이 어우러진 오감형 문화축제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임진왜란 3대 대첩지, 12시간의 숨막히는 전투가 예술로 피어나다
행주산성은 조선 시대 권율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3만여 명의 왜군을 단 2,300여 명의 병력으로 물리친 '행주대첩'의 승전지다. 고양시 덕양구 행주내동 덕양산 정상에 위치한 이 역사적 장소는 둘레가 약 1km에 달하는 '퇴뫼식' 토성으로, 한국관광공사의 '야간관광 100선'에 선정된 야경 명소이기도 하다.
이번 축제는 '살구꽃 피는 행주'를 주제로 매일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운영되며, 역사·문화·예술이 융합된 다섯 가지 테마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2023년에는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에 이름을 올려 야경 명소로 인정받았으며, 올해는 국가유산 야행 신규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그 위상을 더욱 높였다.
충의정을 수놓는 미디어 파사드 쇼, 감동을 선사하는 '야설'의 매력
행주산성 정상에 자리한 충의정은 매일 저녁 6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10분 간격으로 펼쳐지는 미디어 파사드 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야설(夜設)'이라 명명된 이 프로그램은 홍익대학교 대학원 AI·실감미디어콘텐츠학과의 MR미디어랩과 변희은 회화 작가가 협업한 작품으로, 고양시 명소에서 꽃들이 피어나는 모습을 통해 행주대첩의 승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개막 공연으로는 12일 오후 8시 충의정에서 고양예술고등학교 아름드리무용단이 장고춤, 소고춤 등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무대를 선보였다. 또한 매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오후 7시 30분에는 인기 유튜버 '가야금 예지'의 연주가 방문객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전통음악부터 현대 대중음악까지 다양한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곡으로 구성된 이 공연은 석양과 달빛 아래서 더욱 감미롭게 다가온다.
행주대첩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12개 포토존, '야경'의 빛나는 이야기
'야경(夜景)' 프로그램은 대첩문 입구부터 정상의 행주대첩비에 이르기까지 총 12개의 포토존을 통해 행주대첩의 역사를 빛과 이미지로 재현했다. 권율 장군 동상에서는 관군, 승병, 의병, 부녀자까지 힘을 모아 왜군을 물리친 이야기를, 토성에서는 조방장 조경이 세운 목책과 재주머니를 던지며 싸웠던 승병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대첩기념관 앞에서는 조선 최초의 시한폭탄으로 알려진 비격진천뢰를 영상으로 만날 수 있으며, 충훈정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의병장 김천일과 조선시대 최고의 무기였던 각궁에 관한 이야기를 빛 조명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 전면 개편된 대첩 기념관에서는 '칠전칠승 신호지세' 콘텐츠를 통해 행주대첩을 이끈 인물들과 과학적 무기들을 영상과 체험으로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달빛여행, '야로'의 매력적인 역사탐방
매년 방문객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야로(夜路)' 프로그램은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행주산성의 역사를 탐방하는 1시간짜리 도보 여행이다. 올해는 행주대첩의 역사적 의의에 초점을 맞춰 권율 장군의 지혜로운 전략과 백성들의 단합을 더욱 심도 있게 소개한다.
안전한 진행을 위해 문화관광해설사 1명당 20명으로 참가 인원을 제한하고, 매시간별로 80명까지만 사전 예약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고양시 통합예약사이트를 통한 사전 예약은 필수이며, 문화해설사들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현장의 분위기와 이야기를 실감나게 전달하여 참가자들의 몰입감을 높인다.
다채로운 체험으로 가득한 '야사', 역사와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기회
행주산성 초입에 마련된 '야사(夜史)' 체험 부스는 남녀노소 방문객들로 항상 붐비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공모를 통해 최종 10개 프로그램이 선정되었으며, 전문가의 컨설팅을 거쳐 내실을 더했다.
역사 부문에서는 △변이중 화차 모양의 손전등을 제작하는 '가자 행주대첩의 현장으로' △행주대첩 인물들에 대해 배우고 스티커로 표현하는 '행주대첩 어벤저스를 만나다' △룰렛을 돌리며 역사 퀴즈를 푸는 '즐기면서 알아가는 우리 역사 이야기' △조선시대 최고 무기인 국궁 체험 등이 운영된다.
또한 '살구꽃 피는 행주'를 주제로 한 다양한 만들기 체험도 준비되어 있다. △바다유리를 활용한 목걸이 만들기 △손수건 천연염색 △한복체험 및 미니한복 만들기 △행주동 주민과 함께 만드는 그립톡과 도어벨 꽃장식 △VR 기기를 활용한 '살구꽃 피는 마법의 밤' 그리기 △친환경 커피박으로 제작하는 열쇠고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충훈정과 쉼터, 정상 등 여러 장소에서 유·무료로 운영된다.
지역 상생의 모범을 보여주는 '야시', 43개 상가와 함께하는 공동 프로모션
행주산성 주변 상권과 연계한 '야시(夜市)' 프로그램은 지역 상생의 모범 사례를 보여준다. 올해는 총 43개 업체가 참여하여 2023년 27개소 대비 약 59% 증가하였으며, 이는 지역 상권 활성화와 방문객 만족도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참여 상가에 방문하면 할인 혜택이나 웰컴 음료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당일 3만 원 이상 소비 후 영수증을 지참하면 대첩문 광장의 운영 본부에서 LED 장미꽃을 증정받을 수 있다. 이 빛나는 장미꽃을 들고 산성을 오르는 방문객들의 모습은 지역과 문화가 연결된 상생의 상징을 보여준다.
특히 올해는 빈 접시 캠페인, 다회용기 사용 등 기후대응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며, 20개 이상의 업체가 이에 동참하였다. 청년 기획가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함께 그린(Green) 행주' 부스도 축제 현장에서 직접 운영될 예정이다.
안전하고 즐거운 축제 경험을 위한 철저한 준비
고양시는 방문객들이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덕양구청, 고양경찰서, 고양소방서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하여 안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건·사고 및 화재 예방을 위한 사전 점검과 현장 모니터링이 강화되었으며, 교통 문제 해소를 위해 주차 전담 요원을 배치하고 주말에는 고양경찰서 모범운전자회 등과 협력해 교통안전과 질서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다만 첫날 행사장에는 이미 수백 명의 방문객이 몰렸음에도 주차 공간이 협소해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불편이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임시 주차장을 이용해야 했으며,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어두운 길을 걸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셔틀버스 증편이나 임시 주차장 확대 등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행주산성의 봄밤을 만끽하세요"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행주가 예술이야'는 매년 90%가 넘는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며 "행주산성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더욱 높인 이번 축제에서 행주산성의 봄밤을 마음껏 누려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주가 예술이야'는 무료로 운영되며(일부 체험비 별도), 행주산성의 역사를 문화로, 공간을 예술로, 지역을 연결고리로 만든 뜻깊은 기획이다. 가족 나들이, 연인과의 데이트, 혼자만의 산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으며, 특히 사진 명소가 많아 밝은색 옷을 입고 방문하면 밤에도 선명한 추억을 담을 수 있다. 석양과 한강, 방화대교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야경과 함께 4월의 짧은 봄밤, 고양의 자랑스러운 유산인 행주산성에서 별빛과 예술의 향연을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행사 정보
- 행사명: 행주가(街) 예술이야(夜)
- 기간: 2025.4.11 ~ 2025.4.27
- 시간: 오후 6시 ~ 10시 (입장 마감 오후 9시)
- 장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로15번길 89 (행주외동) 행주산성
- 입장료: 무료 (일부 체험 프로그램 유료)
- 문의: 031-8075-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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