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의 전쟁, 갈색지방에서 해답을 찾다.

살과의 전쟁, 갈색지방에서 해답을 찾다.

정신없이 살다 보면 어느새 불어난 몸무게에 한숨 쉬는 일이 잦아진다. 특히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계절이 오면 다이어트에 대한 절실함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굶주림과 고된 운동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다이어트는 성공하기 쉽지 않고, 요요 현상으로 좌절감을 안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살이 찌는 체질 자체를 바꿀 수는 없을까?

최근 과학계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갈색 지방’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 성인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졌던 갈색 지방이 2009년 성인에게서도 발견되면서, 비만 치료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 이 놀라운 지방은 어떻게 우리 몸속 지방을 태우고, 과연 우리는 마음껏 먹어도 살찌지 않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살과의 전쟁: 당신은 지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인체 설계의 비밀, 지방의 두 얼굴

인체는 수분,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로 구성된 치밀한 설계 구조물이다. 그중 지방은 피하 지방과 내장 지방으로 나뉜다. 피부 밑의 피하 지방은 체온 유지와 장기 보호 역할을 수행하며, 장기 주변에 축적되는 내장 지방은 과도할 경우 건강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과거 인류가 식량 부족에 시달리던 시절, 우리 몸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데 최적화되어 진화했다. 그러나 풍족한 현대 사회는 넘쳐나는 칼로리로 인해 에너지 균형이 깨졌다. 특히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의 범람은 인류를 역사상 가장 비대한 존재로 만들었으며, 이는 비만율 증가로 이어졌다. 일례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비만율을 자랑하는 미국의 경우, 성인의 38.2%가 비만으로 판명될 정도다.

칼로리 태우는 비밀 병기: 갈색 지방의 재발견

백색 지방과 다른, 갈색 지방의 놀라운 능력

우리 몸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지방세포가 존재한다. 흔히 알려진 백색 지방은 주로 칼로리를 축적하여 체온 유지에 기여하는 저장 지방이다. 반면, 갈색 지방은 여러 개의 작은 지방 방울과 에너지를 연소하는 미토콘드리아로 구성되어 칼로리를 태우는 역할을 한다. 북극에 사는 동물들이 추운 환경에서도 체온을 유지하며 생존할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갈색 지방의 활발한 발현 능력 때문이다. 과거 인류 역시 문명적인 기술이 없던 시절에는 체온 유지를 위해 성인에게도 갈색 지방이 상당량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체온 조절 기술이 발달하면서 성인에게 갈색 지방의 기능은 퇴화되었다고 여겨져 왔다.

놀라운 사실은 2009년 미국 하버드대 스겔 박사 연구팀에 의해 성인에게도 갈색 지방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다. 당시 양전자 방출 컴퓨터 단층 촬영기(PET-CT) 등 첨단 진단 장비의 도입으로 지방 위치에서 에너지가 소모되는 현상이 관찰되었고, 어릴 때 나타나던 어깨와 등 부위 분포와 유사한 형태로 성인의 쇄골, 척추, 목, 어깨 등에서도 갈색 지방이 확인되었다. 이어지는 연구를 통해 갈색 지방 1g이 근육 1g보다 무려 40배나 높은 에너지 소비 효율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갈색 지방 보유량은 사람마다 달랐는데, 나이가 어릴수록, 그리고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주로 많이 발견되었으며, 마른 체형의 사람에게 더 많이 나타나 비만한 사람의 경우 아예 없는 경우도 있었다.

제3의 지방, 베이지색 지방의 등장

백색 지방의 변신, 비만 치료의 새로운 대안

수많은 과학자들은 퇴화된 갈색 지방을 다시 우리 몸에서 활성화시키기 위한 연구에 매진했다. 그 결과, 새로운 형태의 지방인 베이지색 지방이 발견되었다. 베이지색 지방은 백색 지방처럼 보이지만 특정 조건의 자극을 받으면 갈색 지방처럼 에너지를 연소시키는 기능을 수행하는 '멀티플레이어' 지방이다. 세포의 생김새 또한 상황에 따라 변하며, 유전자 발현과 같은 특수한 자극을 받으면 지방 대사물이 잘게 쪼개지고 열이 생산된다. 이는 갈색 지방이 부족하거나 없는 사람들에게도 비만 치료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베이지색 지방은 근력 운동, 캡사이신 섭취, 그리고 저온 노출 등의 환경 변화를 통해 활성화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칼로리 섭취를 억제하는 기존의 비만 치료 방식과는 달리, 몸이 스스로 에너지를 더 많이 연소하도록 돕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비만과 성인병의 연결고리, 갈색 지방이 해답일까?

당뇨병 치료의 희망, 그리고 기존 치료제의 한계 극복

현대 사회에서 비만은 단순한 미용 문제를 넘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다양한 성인병의 주요 원인이 된다. 특히 비만 지수가 높아질수록 당뇨병 발병 위험은 2배에서 최대 7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2형 당뇨병은 비만 인구 증가와 함께 급속도로 늘고 있는데, 비만 세포에서 분비되는 염증 물질이 인슐린의 기능을 방해하여 혈당이 높아지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갈색 지방 활성화가 당뇨병 치료와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비만한 사람과 당뇨병 환자는 갈색 지방의 활성도가 낮은 경향을 보이는데, 갈색 지방을 활성화시키거나 늘리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혈당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비만 치료제들은 대부분 식욕 억제나 지방 흡수 억제에 초점을 맞추어 부작용의 위험이 따랐다. 반면 갈색 지방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는 지방 축적을 막는 것을 넘어 몸이 에너지를 더 많이 태우도록 유도함으로써, 부작용 위험이 적고 더욱 안전한 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 비만 치료의 청사진: 전사인자 연구와 세로토닌의 역할

천연물질 '부이닌'과 말초 세로토닌 억제 연구

현재 세계 의학계는 갈색 지방을 이용한 비만 및 대사 질환 치료법 개발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중 국내 연구팀은 전사인자(PRDM16)를 통한 지방세포 리모델링 연구로 새로운 비만 치료 기전을 밝혀 주목받고 있다. 이 연구팀은 1000여 종의 천연물에서 갈색 지방 활성화 물질을 탐색하던 중, 천연 단일물질인 '부이닌'을 발견했다. 부이닌이 몸속에 들어가면 백색 지방 조직의 갈색화를 활성화시켜 미토콘드리아 수를 늘리고 지방 덩어리를 분열시켜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 동물 실험 결과, 부이닌을 주입한 개체군의 체중이 섭취 칼로리 양과 비례하지 않으며 13%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이는 미국 FDA 기준 5% 체중 감량 효과에 비해 유의미한 결과로 평가된다.

또 다른 연구팀은 말초 세로토닌에 주목하고 있다. 비만 환자의 경우 말초 세로토닌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지방세포의 저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세로토닌 합성에 관여하는 tph 단백질 억제제를 개발하여 말초 세로토닌의 양을 줄이면 백색 지방의 저장성을 떨어뜨리고 갈색 지방으로 활성화시켜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 실험 결과, tph 억제제를 주입한 개체군에서 체중이 먹는 양에 따라 증가하지 않고 에너지 소모량에 차이를 보였다. 무엇보다 이 방법은 기존 비만 치료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부교감 신경 자극 부작용이 적어 안전한 약물 개발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마음껏 먹어도 살찌지 않는 세상, 꿈은 이루어질까?

여전히 남은 과제와 끝없는 탐구

갈색 지방 활성화를 통한 비만 치료는 아직 임상 실험을 거쳐 상용화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고, 작용 기전 검증 등 추가적인 연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 몸의 비밀들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으며, 갈색 지방에 대한 연구는 비만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마음껏 먹어도 살찌지 않는 세상은 현재로서는 상상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인류의 끊임없는 탐구와 노력이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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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다른 유튜버 분이 제작하신 유튜브 동영상을 참고·정리하여 기사화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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